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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기록

갑상선 세침검사

by Analogitalist 2023.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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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갑상선 이상 발견

생애 첫 종합건강검진 지난주 태어나서 처음으로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입사한지 10년가까이 됐지만 종합건강검진은 처음이었다. 처음 검사 항목을 선택할 때, 일단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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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병원 첫 방문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혹이 발견 된 후 바로 2차 병원을 예약했다. 대학병원의 경우 진료 대기가 꽤 긴데, 나는 초음파에서 임파선 전이가 의심된다는 뉘앙스(?)였고 혹시나 상황이 심각한가 싶어서 검사를 빨리 받을 수 있는 2차 병원을 알아봤다. 아무렴 암일수도 있다는데, 궁금하고 걱정돼서 그 긴 대기시간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건강검진으로부터 3일 뒤, 나는 2차병원 암센터에 방문했다. 말이 2차병원이지 나름 꽤 크고 지역에서 유명한 병원이다. 미리 준비해간 초음파 영상 CD를 영상접수처에 등록하고 진료의뢰서는 갑상선암 접수처에 제출했다.
나는 한시반 예약이었는데 내가 가장 첫 환자였다. 의사 선생님은 간단히 내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으시곤, 검진 시 나온 의견은 중요하지 않고, 본인이 다시 초음파 영상을 봐야 알 수 있다고 하셨다.
  가져간 CD 영상을 다시 같이 봤는데 오른쪽은 깨끗했고, 문제의 왼쪽은 역시나 보자마자 이건 조직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검사 준비까지 시간이 좀 걸리므로 다른 환자들 진료를 먼저 보고 준비가 끝나면 다시 검사를 받으러 진료실에 오라고 안내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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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으로 나가서 다시 접수처에 가니 일단 피 검사를 먼저 받고 오면 내 차례에 호명을 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피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가는 길에 입이 말라 생수를 한통 사마셨다. 물을 마시며 둘러보니 그제야 다른 환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갑상선암쪽 환자들은 대부분 외관상 크게 아파보이거나 특이점은 없었다. 하지만 암센터의 폐암이나 위암쪽 환자들은 많이 여유고 심하게 아파보이는 분들도 계셨다. 그제서야 내가 이 병원에 뭐때문에 왔었는지 다시 생각났다. "아 나 암일 수도 있댔지?"

갑상선암

세침 검사

  피 검사를 받고 접수처 앞에 앉아 유투브를 보면서 기다렸다. 여행 유투버 영상을 봤던 것 같다. 코로나랑 육아로 여행도 못간지 오래됐는데, 이 사태가 모두 지나가면 얼른 다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바쁜지 오늘 연락이 없었는데 심심해서 아내한테 카톡도 해봤다. 바빠도 쉬엄쉬엄 해야될텐데. 나는 성격상 눈 앞에 일이 있으면 쉬지를 못한다.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일단 시작은 무조건 해야 직성이 풀리고 그것이 무형이건 유형이건 어느정도 정리가 돼야 손을 놓는다. 괜히 나랑 살면서 아내도 그렇게 바뀌지 않은 것인지 아주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다보니 내 이름을 호명한다. 다시 진료실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의사 선생님은 세침 검사(=조직 검사)에 앞서 다시 초음파를 보면서 설명을 해주셨다. 건강검진 때 들었던 내용을 또다시 들었다.
1. 크기는 9.9미리. (오? 다시보니 0.9미리 더 크네?)
2. 색이 어둡고 중간에 하얗게 석회화가 보인다
3. 모양이 계란형태인데 이게 안좋은 거다.
4. 임파선은 이상 없어 보인다. 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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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는 이미 마음을 먹었고, 멘탈도 회복되어 있었다. 역시나 안좋은 소견을 말씀하시길래 편안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여쭤봤다.
"선생님 안좋으면... 확률로는 얼마나 될까요?"
"내가 솔직하게 말해줄게요. 여기 내가 방금 작성했는데... 0점이 정상 5점이 암이거든? 내 소견으로 당신은 5점 줬어."
"암이라면 일반적인 건가요 특이 케이스인가요?"
"내가 밥 먹고 맨날 보는거지 뭐"
  후... 다행이다. 마음이 더 놓였고 그제야 나도 농담이 나왔다.
"아 선생님 암이라면거 너무 태연하게 말씀하시는 거 아닙니까? ㅎㅎ"
"아 당신이 자꾸 물어봤잖아 ㅎㅎ"
  의사 선생님도 대수롭지 않게 웃는 것을 보니 마음이 한층 더 편안해졌다.
  이어진 세침 검사는 얇은 바늘을 목에 찔러넣어 갑상선과 임파선의 의심 부분 세포를 수집하는 것이었는데 바늘이 찔릴때 살짝 따끔하고 안으로 집어넣는 느낌이 좀 간질간질했다. 침을 삼키거나 움직이면 안된다고 했는데 간지러워서 나도모르게 침을 삼킬뻔했다. 총 3번 세포를 뽑고 검사가 끝났다. 검사 결과는 일주일정도 후에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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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해진 마음

  검사가 끝나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오랜만에 태국에 있는 친한 친구와 통화를 했다. 오랜만에 연락해서 암이라는 소식을 전해주니 놀란 표정으로 걱정과 위로를 건낸다. 회사는 뭐하러 다시 돌아가냐고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돌아보라고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걱정하는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짓궂은 농담으로 대신하면서 건강하게 다시 보자는 약속을 했다.

  회사에서 짧게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갔는데, 안좋은 생각들을 지난주에 미리 다 했어서 그런지 오늘은 가족들도 표정이 밝다. 치료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우리 모두의 마음에 생겼나보다. 가족들의 얼굴을 보니, 태국에 있는 친구의 말처럼 무엇이 중요한지 정말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일주일 뒤 조직 검사 결과를 듣는 것이다. 암이라면(아마도 확실하지만) 몇단계인지 수술여부나 추후 치료를 어떻게 할지 설명을 듣게 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결과가 어찌나오건 대학병원 진료를 추가로 받아볼 계획이다. 아무렴 암이라지 않은가? 큰 병원은 한번 가봐야지. 어찌됐건 부디 이 편한 마음 그대로 완치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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