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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기록

건강검진 갑상선 이상 발견

by Analogitalist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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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종합건강검진

  지난주 태어나서 처음으로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입사한지 10년가까이 됐지만  종합건강검진은 처음이었다.
  처음 검사 항목을 선택할 때, 일단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은 꼭 포함시키고 싶었고, 심장과 뇌질환 관련 가족력이 있어서 뇌CT와 혈관 검사도 받아보고싶었다. 첫 검진이기도 하고 검진 항목에 대해 잘 몰라서 막연히 위와 같은 생각으로 내 맘대로 장바구니 담기를 했다.

  대장내시경을 위해 며칠을 부실하게 먹었더니 검진날 아침 현기증이 날 정도로 힘이 없었다. 병원에 가서 접수와 검사 전 상담을 했는데 나는 치아교정 치료 중이기때문에 위내시경과 뇌CT는 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위내시경 대신 피검사를 하기로 했고 뇌CT대신 다른 원하는 검사항목을 선택하게 됐고 그렇게 어쩌다보니 나는 경동맥 초음파를 받게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소름돋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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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차분한 대화

  첫 검사로 폐와 복부 x-ray를 찍고 이어서 초음파실로 들어갔다. 초음파 선생님이 경동맥 초음파를 신청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고 나는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그리고 목에 초음파기를 대자마자 "경동맥이 아니라 갑상선을 보셔야겠는데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대화.
"왜요? 뭐가 있나요?"
"네 큰 혹이 있어요. 0.9센치"
"많이 큰 건가요?"
"네 커요. 그런데 크기보다는 모양이 중요한 거에요"
"모양은 어떤데요?"
"모양도 안좋네요. 조직 검사를 받아보셔야겠는데요?"
"안좋은 것중에서도 더 안좋은 편인가요?"
"네 크기와 모양을 보면 더 안좋은 편에 속합니다. 그래도 진단은 조직 검사를 통해 나어는 것이니까 일단 시간되실 때 큰 병원을 가보세요."
"당장 가야되나요?"
"그런건 아닌데 그래도 빨리 가면 좋겠죠"
  차분하게 물어보는 나에게 선생님은 차분하게 팩폭을 날려주셨다. 차분한 팩폭을 들었더니 멘탈은 점점 차분하지 못하게 되었다.

갑상선암


  이어서 복부와 전립선 초음파는 초스피드로 끝나고 나머지 계속 검진을 받았는데, 내 머릿속엔 온통 이미 갑상선암 생각뿐이었다. 검진 대기중에도 계속해서 갑상선암에 대해 검색해봤다. 전혀 예상 안했던 것이라 당황스러웠다. 이어진 심전도 검사에서 맥박이 너무 빠르게 뛰어 검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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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저찌 마지막으로 대장내시경까지 받고 비몽사몽한 상태로 쇼파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검진결과 브리핑을 듣기위해 가정의학과 선생님을 만났다.
  역시나 갑상선 상태에 대한 설명 위주로 해주섰는데,
1. 크기는 9미리. 5미리가 넘어 큰 편이다
2. 색이 어둡고 혹 중앙에 하얗게 석회화가 보이는 것 같다
3. 모양이 위아래로 길고 경계면이 울퉁불퉁하다
4. 임파선도 8미리 정도 부어있다

  갑상선에 대해서라곤 검진 간 대기시간에 잠깐 찾아본 내가 봐도 위 말들이 모두 안좋은 시그널이라는 것은 알았다. 조직 검사를 받아봐야 알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너무 교과서적인 암세포의 형태라서 나에게는 확진 판정과도 같게 느껴졌다.
  그나마 다행은 내 가장 큰 관심사였던 대장상태는 손질 잘 된 대창 수준이고 5년간 검사는 안해도 된다고 하셨다. 예쓰!

암... 암? 암~

  그렇게 충격을 안고 집에 오는 길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온 카톡을 보면서 상황을 알려줬다. 앞으로 계속 병원도 가야하고 위로를 받으면 더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알렸다. 친구들은 모두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고 가족들은 좀 놀란 것 같았다. 특히나 아내와 장모님은 장인어른이 암으로 돌아가셨기때문에 더 많이 놀란 반응이었다. 이 집에 다시 '암'이라는 단어를 가져오게 돼서 너무 미안했다. 그래도 우연이지만 지금이라도 검사를 받아서 너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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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른 검사를 위해 일단 2차 병원에 연락했고, 하루에 조직검사까지 가능한 교수님으로 예약을 했다. 예약일은 3일 후였다.
  건강검진을 받고 이상소견을 들었던 첫날은 좀 멘탈이 나갔었는데 마음을 다잡고 이발을 하면서 삶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ㅋㅋ 덕분인지 둘째날부터는 마음이 편했고 평상시와 같은 상태로 돌아왔다. 이제 치료계획을 잘 세워봐야겠다!

* 아! 그리고 생각난 김에 지금와서 아쉬웠던 점을 떠올려보자면, 2차 병원만 예약한 것...
  대학병원(1차 병원)은 진료 예약이 길기때문에 일단 무조건 먼저 예약을 해놓는 게 좋은 것 같다. 2차 병원 결과를 본 후 필요없다면 1차 병원 예약을 취소하더라도, 대기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1차 병원 진료 예약은 일단 빨리 해놓을 수록 좋은 것 같다.
  나는 2차 병원 진료를 보고 대학병원을 다시 예약했는데 이미 가장 빠른 날짜가 2~3개월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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